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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문학

..... 임승휘 ..... 귀족 시대 .....

푸른비수 [BLACKDIA] 2025. 7. 20. 14:35
 
귀족 시대
역사는 실로 매우 긴 시간대에 걸쳐 펼쳐져 있다. 지리적 범위를 유럽으로 한정해도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어림잡아도 2천 년이 넘는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판타지 문학에서의 고정된 이미지처럼 귀족은 한결같은 모습이었을까?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들의 삶은 치열하게 계속 변화했다. 상업주의의 홍수 속에서 손쉽게 소비되고 인용되는 그런 ‘고급’의 문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실제 귀족의 모습을
저자
임승휘 저자
출판
대원씨아이
출판일
20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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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런 여행을 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까?
18세기의 한 기록에 따르면 3년의 그랜드 투어에 5,000파운드가 필요했다고 한다.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98만 파운드다.
환율 계산을 해보니 17억 원 정도가 나온다.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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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틸리오네의 주장을 따른다면,
진정한 귀족은 자신의 장점을 과시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것이 힘들게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여야 한다.
한마디로 무심하게 우아해야 한다는 매우 어려운 주문이다.

카스틸리오네와 그의 가르침을 추종한 자들이 제시한 행동 규범은 독특하다.
귀족은 대화나 검술, 춤, 놀이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재능을 보이며 호감을 주는 인간이 되어야 했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내면이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러한 외양을 만들기 위해 들인 내면의 긴장과 긴 시간의 노력이 들키면 곤란하다.
결국 탁월한 존재가 되는 데 가장 필요한 기술은 바로 '우아하게 숨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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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를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는 욕심이다.
 인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사회를 파멸로 이끌어야 할 인간의 자존심이...
...오히려 사회를 강하게 하고 확고부동한 것으로 만든다”
...라는 몽테스키외의 지적은 루이 14세의 궁정을 매우 적절히 묘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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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라는 직분은 한 인간을 삼켜버렸고,
죽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죽는 순간에도 모든 사생활을 박탈했다.
17세기까지는 대귀족들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대귀족들의 삶에는 사생활이 전혀 없었다.
한 귀족 부인의 말대로 이들은...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고 신분에 걸맞게,
 자신을 천 가지 일의 노예로 만든 종속 상태에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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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에는 다양한 색상으로 채색된 문양이 그려졌는데,
노란색, 금색, 은색, 붉은색과 파란색이 주로 이용되었다.
검은색은 염료를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높아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녹색 역시 튀르키예에서 수입되는 값비싼 염료가 필요했기에 흔하지 않았다.
희귀 어패류에서 추출하는 보라색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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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중요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상속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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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토지나 작위와 함께 아버지에서 아들로 상속되었으므로...
...특정 혈통의 식별 장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시절에 문장은 상징을 통한 말,
즉 일종의 상형문자가 되어 자신들의 땅을 표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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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은 기존 문장에 다른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구별되었다.
통상 문장을 소유한 두 가문이 혼인으로 맺어지면 합문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대체로 두 가문의 문장이 나란히 배치되었다.
서자는 가문의 문장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상속권이 없음을 나타내려고...
...문장 위에 우상변에서 좌하변으로 이어지는 대각선 띠를 표시하곤 했다.
15세기에 프랑스 제독의 지위에 오른 루시옹Roussillon 백작 루이 드 부르봉은...
...부르봉 공작 샤를 1세의 서자였으므로 대각선 띠가 그려진 문장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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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세습적 성격으로 가문의 혈통과 역사, 즉 혼인, 동맹, 정복과 같은 내용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고 변형될 수 있었다.
예컨대 백년전쟁을 시작한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3세는 프랑스 왕위계승을 주장하며...
...사자가 기어 다니던 기존 가문의 문장에...
...프랑스 왕가의 상징인 백합이 새겨진 파란색을 추가했다.
유럽의 문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동물은...
...바닥에 엎드려 기어가거나 앞다리를 들고 선 사자다.
동물의 왕 사자는 힘과 용기, 관대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꿀벌도 왕가의 문장에 자주 사용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왕의 상징으로 이용된 꿀벌은 불멸성과 부활을 의미했다.
꿀벌은 메로베우스 왕조의 상징으로 훗날 나폴레옹이 재활용했다.
프랑스의 왕가는 백합 문양을 사용했다.
이는 골족의 첫 번째 왕인 클로비스가...
...백합 세 송이가 새겨진 방패를 천사에게 선물받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문자가 발달하며 점차 문장에도 간단한 글자가 새겨지게 되었는데,
프랑스 왕가의 문장에는 “백합은 물레를 돌리지 않는다”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
이 구호는...
...백합으로 상징되는 왕위의 상속에 물레로 상징되는 여성이 개입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아예 직설적 표현이 담긴 문장도 존재한다.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 지방의 전통적 귀족 콜레오니Colleoni 가문의 문장에는...
...흔한 사자나 백합 대신...
...위아래 흰색과 빨간색으로 나뉜 방패에 쌍방울 같은 것이 총 3개 그려져 있다.
이 쌍방울의 정체는 남성의 고환이다.
라틴어 콜레우스coleus에서 유래한 콜레오니는 고환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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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 이후 콜레오니 가문은 보기가 흉하다고 생각했는지 창피했는지...
...이 멋진 고환을 뒤집힌 하트 모양으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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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꽤 이른 시기부터 귀족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들은 14세기 후반부터 문장을 사용했다.
교회 단체, 대학 또는 무역회사와 같은 국왕의 특허장을 받은 조직들도 문장을 사용했다.
오늘날 문장은 말 그대로 민주화되었다.
한 나라의 국기이건, 군부대의 군기이건, 학교의 교기이건,
단체나 집단 또는 개인을 상징하고 포장하는 데 쉽게 이용된다.
하지만 문장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 의미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문장이 의미가 있으려면,
즉 타인에게 그 의미가 전달되려면 문장의 주인이 자신의 고유한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냥 멋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오래갈 일은 없다.
파리시의 문장은 14세기에 처음 도입되었고 현재 파리시의 문장은 1853년에 만들어졌다.
파리 곳곳에 부착된 이 문장에는...
...‘Fluctuat nec mergitur’라는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라는 나름 결의에 찬 문구다.
이는 자신이 겪어온 지난한 역사에 대한 파리시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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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드 부르봉의 문장

 

파리 5구의 한 건물 벽면에 있는 1904년 파리의 문장
기즈 가문의 문장
알렉산데르 6세를 풍자한 그림

 

[2025/07/20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