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2024) - 왓챠피디아
개성 넘치는 문체와 폭 넓은 사유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삶의 기저에 가닿는 깊이 있는 서사를 구축해온 김려령의 장편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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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고, 끝까지 몰라도 됐을, 모르는 게 더 나았을 그런 세계가, 내 손을 그렇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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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잘하는 건 없어도 일단 손댄 것은 곧잘 한다.
아마와 프로 사이에서 프로로 넘어갈 만하면 그만두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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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고 들면 더 모르겠고,
포기하면 그제야 뭔가 보이는 것 같다가,
다시 시작하려면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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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는 다음 선택이 있기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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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결혼을 하면 사는 것보다 헤어지는 게 더 복잡하고 피곤하거든.
상대한테 치명적인 실수가 없으면 순탄하게 끝낼 수가 없어.
하지만, 같이 사는 사람이 싫은데 더 큰 이유가 있나.
통통한 발이 곰발로 보이기 시작하면 사는 게 괴롭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자유롭고 싶은 거야.
그런 면에서 합리적이긴 한데 끈끈한 정은 없지.”
“자발적 비혼인 거네요.”
“또는 모든 걸 감수하더라도 청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지 못했거나.
결혼에 반대하는 대다수가 기혼자야.
자기는 제도 속에 들어앉아놓고, 해보니까 별로더라 하지.
그렇게 말하는 사람 중에 몇이나 끝내고 나올 거 같아?
뭐라고 하는 건 아냐.
뛰쳐나와서 뒷일을 수습하는 게 결혼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피곤하거든.
그냥 살아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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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자신의 외모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얼마나 쉬운 인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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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행동을 해도 다르게 보인다는 것은 대단한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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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만, 서로 아직 더 속 깊은 말은 꺼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너무 무거워 보통 힘으로는 끌어올릴 수가 없다.
겨우 꺼낸다 해도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짐이 아니다.
내 짐이 무거워 남의 짐을 들어줄 여유가 없다.
너도 나만큼 무겁구나, 공감하고 바라봐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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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매우 세련된 줄 아는 여자의 촌스러운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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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술 없이도 몇시간을 떠들 수 있다.
누가 이 모습을 보고 연인이라고 해도 딱히 반박할 수 없는 동료다.
손 한번 잡아본 적 없고 집 한번 바래다준 적 없는 사이인데,
연인보다 더 연인처럼 긴 얘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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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이만큼인 관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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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꾸 알지도 못하는 경험 앞에 노련한 유경험자가 되어 앉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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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알 수 없는 남자다.
사람을 대하는 것에 온도 차가 크다.
그들이 누구든 나는 너까지만.
그의 친절에는 단호함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흥분하지 않는다.
저토록 차가운 말조차 미소 지으며 차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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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부터 그가 싫었다.
거절하고 또 거절하다가 내 거절이 먹히지 않는 상대임을 알았을 때, 회사의 손을 빌렸다.
그가 회사로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는 선의로 해석했었다.
외로운 너에게 좋은 사람이 돼주려고 해.
선의를 내세워 막무가내로 구는 사람쯤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래도 싫었다.
선의를 도구로 거절하기 불편한 행동을 하는 사람 역시 싫으니까.
선의로 배수진 치고 가두는.
제 손바닥의 선의가 상대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줄 아는.
싫다.
직업의 은폐성 때문에 과민하게 받아들인 면도 분명 있다.
물론 지금은 선의의 행동이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다.
알았으니 그가 사라진 것에 안도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다.
왜 나를 싫어하는 거예요?
그의 말이 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의 연극적 쾌활함도 마음에 걸렸다.
맞으면서도 억지로 웃는 아이 같았던.
어쩌다가 그런 사람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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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나는 이 일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납득할 수 없는 이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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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는 친절한 사람한테 갚지 않아.
두려운 사람한테 갚아.
친절한 사람한테는 입으로 갚고, 두려운 사람한테는 몸으로 갚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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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아니게 행동하라고.
여자들 조심해야 해.
친절하면 넘보고 싶고, 착하면 건드려보고 싶어져.
그래서 화내면, 이제 나쁜 년 되는 거야.
그게 과한 친절의 부작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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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남자만 보면 화가 날까?”
“당연하지.
먼저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시간이 안 되네요, 미안합니다.
죄송한데 나가주세요.
자꾸 사과하게 만들었잖아.
자기가 툭 쳐놓고 사과받는 사람이야.
사과와 거절이 얼마나 무거운 건데.
생큐, 오케이, 하고는 질이 달라.
사람을 푹 꺼지게 해.
진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가 구질구질하게 사과할 상황을 만들면 안 돼.”
그를 본다.
나도 저때가 되면 저렇게 명쾌해질까.
멋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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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백지수표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이유도 그와 비슷하다.
전폭적인 신뢰를 밑밥으로 깐 올가미 같다.
주제파악해서 결정도 네가 책임도 네가.
하지만 생색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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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는 제시하는 쪽이 지고 갈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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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이 사람의 쓸쓸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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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이 잘못인 줄 모르는 사람에게 용서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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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8 19:45]
인물도, 스토리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저 토막토막,
고개 끄덕인 문장들이 있었을 뿐이다.
저만큼의 문장을 옮겨 적고도,
매력적일 수 없는 소설이라니.....
트렁크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
- 시간
- 금 (2024-11-29~)
- 출연
- 서현진, 공유, 정윤하, 조이건, 김동원, 주민경, 홍우진
- 채널
- Netflix
[2024/12/01]
남녀 주인공이 마음에 들면,
평소 선택하지 않았을 드라마를 선택하기도 하고,
불평없이 그 드라마를 끝까지 보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드라마가 만족스럽게 느껴지기 위해서는,
그 이상이 무언가가 필요한 법이다.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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