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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학

..... 이디스 워튼 ..... 순수의 시대 .....

푸른비수 [BLACKDIA] 2024. 10. 22. 00:00
 
순수의 시대
최초의 여성 퓰리처 상 수상작가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순수의 시대』. 192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옛 뉴욕의 상류사회를 정교하게 복원해내며, 사랑과 회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출간 즉시 당대의 베스트셀러가 된 이 소설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영화화되기도 했다. 순수라는 명분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감정을 억압하는 세계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으려는 인물들의 몸부림을 엿볼 수 있다. 1870년대 뉴욕, 부유한 변호사 뉴랜드 아처는 순수한 메이 웰랜드와 약혼한다. 이상적인 그들의 관계는 메이의 사촌 엘렌 올렌스카 백작 부인의 등장으로 흔들린다. 잔혹한 남편을 피해 집을 뛰쳐나온 엘렌은 사교계의 추문거리가 되고, 뉴랜드는 메이의 부탁으로 엘렌을 돕다가 점차 그녀의 자유분방함에 이끌린다. 관습에 구애받지 않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엘렌은 뉴랜드를 둘러싼 사회의 위선과 기만을 일깨우는데….
저자
이디스 워튼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8.07.18

나의 점수 : ★★★

 

 
순수의 시대
1870년대 미국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그들의 허위와 위선 그리고 진실보다 더 중요한 허례허식 속에서 괴로워하는 한 남자의 사랑과 집념의 이야기이다. 특권을 누리며 사는 젊은 변호사 뉴랜드 아처와 그의 아름다운 약혼녀 메이 앞에 메이의 사촌이며 이혼녀가 된 엘렌이 나타난다. 아처의 소꼽친구이며 자유분방한 엘렌의 등장은 아처의 질서정연한 삶에 혼란을 일으킨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메이와 설레이는 사랑을 느끼게 하는 엘렌 사이에서 아처는 갈등한다. 하지만 결국 소극적인 성품의 아처는 메이의 남편으로 남고 엘렌은 다시 유럽으로 떠난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아처는 엘렌의 아파트 앞까지 찾아가지만 그녀를 만나지 않고 돌아간다. 그리고 이 사랑이야기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던 메이의 나레이션으로 시작과 끝을 맺는다.
평점
8.1 (1994.09.17 개봉)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미셸 파이퍼, 위노나 라이더, 리차드 E. 그랜트, 알렉 맥코웬, 제랄딘 채플린, 메리 베스 허트, 스튜어트 윌슨, 미리암 마고리스, 시안 필립스, 캐롤린 파리나, 마이클 고, 알렉시스 스미스, W.B. 브라이든, 트레이시 엘리스, 노먼 로이드, 조나단 프라이스, 도미니카 카메론-스코시즈, 브라이언 데이비스, 패트리샤 던녹, 로버트 숀 레오나드, 조앤 우드워드, 마틴 스콜세지, 신디 카츠, 토머스 깁슨, 준 스큅, 토마스 바보우

나의 점수 : ★★★

 


..... ..... ..... ..... .....

"왜 당신이 돌아가지 않는지 모르겠군요."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그녀가 분개해서 맞받아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 보는 것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는 그녀가 자기도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받아치지 않을까 두려워졌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당신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고백을 이보다 더 감흥없이,
상대의 허영심을 전혀 기쁘게 해 주지도 않는 투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관자놀이까지 온통 새빨개져서 감히 움직이지도, 입을 열지도 못했다.
그녀의 말은 희귀한 나비 같아서...
...아주 가벼운 움직임에도 놀라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 버릴 테지만,
그대로 두면 나비 떼가 모여들 것만 같았다.

그녀가 말을 계속했다.

"당신은 적어도...
 ...그런 지루함 속에 아름답고 섬세하고 정교한 어떤 것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내게 일깨워 주었어요.
 내가 다른 삶에서 가장 좋아했던 것조차도 그에 비하면 싸구려로 보일 정도였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심경이 복잡한지 이마를 찌푸렸다.

"가장 정묘한 기쁨을 얻으려면...
 ...얼마나 많은 어렵고 초라하고 천한 것들을 대가로 치러야 하는지 미처 몰랐나 봐요."

"가장 정묘한 기쁨이라..... 그런 것을 누려 왔다는 게로군!"

그는 이렇게 쏘아 주고 싶었으나, 그녀의 눈빛에 담긴 호소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당신에게는 아주 솔직해지고 싶어요.
 저 자신에게도.
 오랫동안 이런 기회가 오기만 기다렸어요.
 당신이 나를 어떻게 도와줬는지, 당신이 나를 어떻게 바꿔 놨는지 말할 수 있도록....."

그는 눈살을 찌푸린 채 앉아서 바라보다가, 웃으면서 그녀의 말에 끼어들었다.

"그러면 당신이 나를 어떻게 바꿔 놨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녀의 얼굴에서 약간 핏기가 가셨다.

"당신을?"

"그래요.
 내가 당신을 아무리 많이 바꿔 놨다 해도 당신이 나를 바꿔 놓은 것에 비하면 약과지요.
 난 다른 여자가 시킨 대로 결혼한 사람 아니오."

..... ..... ..... ..... .....

그의 전성기는 충만했고, 매일이 고상한 일로 빽빽이 채워졌다.
남자라면 누구나 살아볼만한 삶이었다.

그가 놓친 것이 있다면 인생의 꽃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하면 너무나 얻기 어렵고 가망없는 것이어서,
.....놓쳤다고 절망스럽지도 않았다.
.....그 기회를 잡는다는 건 그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를 생각하면...
...책이나 그림 속 가공의 연인을 생각할 때처럼 막연하고 평온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그가 놓친 것 전부를 한데 뭉뚱그린 환상이 되었다.
희미하고 미약했으나, 그 환상 때문에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성실한 남편이라는 평을 받았고,
부인이 막내를 간호하다가 옮은 폐렴으로 갑자기 죽었을 때에도 진심으로 슬퍼했다.
그들이 함께한 긴 세월을 통해 그는...
결혼이 지루한 의무일지라도,
의무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한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혼에서의 일탈은 추악한 욕정과의 투쟁이 될뿐이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자랑스러이 여기는 한편으로 슬퍼했다.
어쨌거나 흘러간 옛날이 좋았다.

..... ..... ..... ..... .....


아마도, 1993년 혹은 1994년의 어느 마음 서늘한 날에,
영화로 먼저 접했던 작품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다시 읽으면서,
조금은 다른 생각, 조금은 다른 느낌을 지닌다.

지금보다 어린 그 시절에,
덜 굳어진 마음으로 보았음이 다행이었을까.....





[2009/10/22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