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의 자유 . 절대의 신뢰 . 순수의 사랑 .

..... 나는 언제나 기다린다 ..... 기약없는 회귀를 .....

도서/문학

..... 신경진 ..... 슬롯 .....

푸른비수 [BLACKDIA] 2023. 12. 26. 02:32
 
슬롯
제3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카지노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도박을 통해 본 양극화 사회의 모순과 불확정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툭툭 끊어지는 단문의 직설적인 대화는 현대인의 건조하면서 냉소적인 감성을 거르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차분히 그려낸다는 평을 받았다. 2002년 정선 카지노를 방문했던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의 무대가 된 카지노는, 메울 수 없는 틈을 사이에 둔 두 집단(부자와 빈자)이 공존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반영한다. 작가는 카지노 안에서 만나게 되는 온갖 인간 군상에게 어떤 동정도 비난도 가하지 않으며 무덤덤하게 응시한다. 그리고 확률과 우연이 지배하는 카지노와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삶은 닮은꼴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카지노 안에서 헛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게임을 계속하는 도박꾼들의 모습과 한 치의 미래를 알 수 없는 불확정성 하에서 삶을 지속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불안과 고독한 내면을 같게 여긴다. 또한, 정보와 금권을 독점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슬롯머신 앞에 늘어선 군중을 바라보며 비웃을 권리도, 여유도 없다는 씁쓸한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저자
신경진
출판
문이당
출판일
200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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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같은 사람에게 혼자 있는 것은 필수 영양분 같은 것이다. .....
..... 그녀와 있는 동안 내 머리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뒤죽박죽이 되었다. .....
..... 대인 기피와는 다른 문제다. .....
..... 단순히 군중 틈에 끼어 있는 것 정도야 단련되어 있지만, .....
..... 어떤 식으로든 감정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 쉽게 피곤해졌다. .....
..... 그 책임은 양쪽 모두에게 있었다. .....
..... 타인이 경계를 넘어 내 세계에 들어와 황당한 요구를 한 적도 있고, .....
..... 내가 잘못 반응해서 오해를 산 적도 있었다. .....
..... 그래서 가능하면 접촉의 선을 줄이려고 했다. .....
..... 그것 때문에 언젠가는 쓸쓸한 신세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기도 하지만... .....
..... ...어쩔 수 없다. .....
..... 비록 잠깐이지만 그녀가 곁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한결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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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를 어리다는 틀 속에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
..... ...어쩌면 완전한 착각일 수도 있었다. .....
..... 그의 뒷모습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
..... ...내가 사랑했던 여자의 그것과 너무 닮아 있었다. .....
..... 내가 왜 그를 사랑했는지는 오래된 일이라 희미한 기억조차 남아 있지 않은데... .....
..... ...그날의 인상들은 가끔씩 이렇게 나타나 나를 일깨웠다. .....
..... 숨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

..... ..... ..... ..... .....

..... "'파스칼의 내기'라고 들어 봤니?" .....
..... "아뇨." .....
..... 핀트가 어긋나긴 했지만 많이 벗어난 것도 아니었다. .....
..... "우연의 게임에 대한 계산법을 불확실한 상황에 일반적으로 적용해...  ......
.....  ...추론의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하나의 예야." .....
..... "....." .....
..... 차마 재미있겠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
..... "화두는 이렇다. .....
.....  '신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쪽을 믿어야 하나?' .....
.....  결론적으로 파스칼은 신이 존재하는 것에 내기를 거는 것이...  .....
.....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거는 것보다 합리적이라고 주장했어. .....
.....  넌 이런 생각해 본 적 있니?" .....
..... 당연히 없다. .....
..... 신이란 존재는 내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다. .....
.....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  믿거나 말거나 우리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
.....  하지만 반대로 신이 존재하면서,  .....
.....  존재하지 않는 것에 내기를 건 사람은 천벌을 받을 것이다. .....
.....  같은 이유로 신이 존재한다는 것에 내기를 건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 .....
.....  천벌은 최악의 결과이고,  .....
.....  구원은 최상은 결과이므로 우리는 신의 존재를 믿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
.....  이상이 파스칼이 한 말이야. .....
.....  어때, 재미있지?" .....
..... 재미있지는 않지만 파스칼의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
..... 비록 신이 존재할 확률이 극히 미미하더라도... .....
.....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믿음을 갖지 않은 자를 처단할 것이다. .....
..... 이런 위험한 내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
..... ...불가피하다면 당연히 신이 존재하는 것에 걸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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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인간들이 사소한 내기에 반응할까는 논외로 하고)
위험한 내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고,
피할 수 없다면 위험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솔직히 나라면...
신이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될 확률보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될 확률이 더 낮다는...
생각이 먼저겠지만.





[2019/02/18 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