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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학

..... 나관중 ... 이문열 ..... 삼국지 .....

푸른비수 [BLACKDIA] 2024. 3. 31. 16:10
 
삼국지 세트
동양인의 원초적 사고와 처세의 기본이 담겨있는 새로운 시각의 삼국지(개정판). 한나라 멸망 후 펼쳐지는 무수히 많은 영웅호걸들의 쟁투와 죽음, 전쟁, 음모와 지략을 들려주는 책.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부터 솥발처럼 셋으로 나누어진 촉, 오, 위 나라가 하나로 합쳐지기까지 조조, 손권, 제갈공명, 사마의, 조자룡 등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역사적 내용을 풀어썼다.
저자
나관중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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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는 곳마다 백성들을 위해 제도를 고치고 세금을 덜었다.
무언가를 베풀려고 애쓰고 도움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백성들은 고마워하기는 할지언정 나를 좋아하고 따르지는 않았다.
나는 그럼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사려[買] 했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오랜 경험으로...
...결국 그러한 사고 팔기에서 보다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사려고 애쓰는 쪽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비는 다르다.
나는 한번도 그가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백성들에게 베풀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는 제도를 고쳐 백성들을 편하게 할 만한 안목도,
세금을 줄여 그들의 짐을 덜어줄 만한 재력도 없었다.
그가 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기껏 원래보다 더 나쁘게 만들지 않았다는 것 정도이다.
오히려 백성들로부터 부양을 받고 도움을 입는 것은 언제나 그쪽이었다.
그러면서도 백성들은 그를 좋아하고 따른다.
그는 민심을 사는 게 아니라 얻고 있다…….

나는 처음 그것이 그의 오랜 곤궁과 불운에 대한 백성들의 단순한 동정이거나
그가 의지하고 있는 한실(漢室)의 낡은 권위가 발하는 후광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알겠다.
사고 팔았던 사람들의 사이는 거래가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러나 주고 받았던 사람들의 사이는 그 주고 받음이 끝나도 이어지는 그 무엇이 있다.
나는 어떤 이득을 위해 백성들의 마음을 사려 했기 때문에...
...더 큰 이득에 내몰리면 그들을 팔아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애초에 이득을 주고 사지 않았기에 이득으로 팔아버릴 수가 없다.

내가 유비라면 처음부터 백성들을 데리고 떠나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그들이 굳이 따라오더라도 버리고 떠났을 것이다.
지금쯤은 강릉성에 들어 성벽을 높이고 녹각(鹿角)을 둘러세워...
...다가오는 적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유비는 코앞에 닥친 싸움에는 거추장스럽기만 한 그들 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아직 길 위에서 늑장을 부리고 있다.
그는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강릉성을 얻고자 하고 있다.

물론 나도 그와 같은 치세(治世)의 원리가 있으며,
때로 그것은 내 자신이 믿는 원리보다 더 효과적임을 안다.
어쩌면 시절이 지금과 같지만 않았더라도 나 또한 그 원리를 따랐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난세다.
어지럽고 들떠 있는 백성들의 마음속에 성 하나를 얻는 것보다는...
...몇 만의 군사를 몰아 땅 위의 성 열 개를 얻는 게 훨씬 쉽다.
이제 나의 철기(鐵騎)가 태풍처럼 휘몰아가면...
...그대가 백성들의 마음속에 쌓고 있는 성은 먼지가 되어 흩어져버릴 것이다.
그런데도 유비, 새삼 그대가 두려워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 ..... ..... ..... .....

그렇다면 출신에서도 자기들과 멀지 않았고,
세력에서는 천하의 태반을 잡고 있었으며,
다스림에서도 가장 많은 것을 베푼 조조에게 대중들이 반감을 가진 까닭은 또 무엇일까.

이제 와서 그 까닭을 더듬는 것은 자칫 터무니없는 공론이 될지 모르지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치자(治者)의 인간형에 대한 중국인들의 기호(嗜好)다.
그들이 이상형으로 보는 군주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것은 한고조(漢高祖) 유방인데...
...그의 능력은 한마디로 무위(無爲)의 능(能)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특별히 두드러진 사람이 아니었다.
학문을 깊이 하지도 않았고,
예술적인 소양이 있었던 것도 아니며,
번득이는 재치가 있던 것도,
도덕적인 절제가 남달리 철저하지도 않았다.
그의 강점은 단 하나 사람들을 잘 부리는 것뿐이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에 비해 조조는 정반대 편에 선 인간형이라 할 수 있다.
조조는 그 한몸에 너무 많은 재능을 갖추고 있었고,
그것이 다스림을 받는 쪽에서 보면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는지 모르지만,
그는 곧 존경은 받아도 사랑을 받기는 어려운,
정(情)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그런 부류의 윗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게 그가 세운 왕조(王朝)의 단명(短命)했음과 아울러...
...그에 대한 대중의 감정 또한...
...단순한 불만 이상의 반감으로 변질되어 간 것이나 아니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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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로 맞설 때는 다섯 가지 큰 원칙이 있다.
싸울 수 있을 때는 마땅히 싸워야 하고[能戰當戰],
싸울 수 없을 때는 마땅히 지켜야 하고[不能戰當守],
지킬 수 없을 때는 마땅히 달아나야 하고[不能守當走],
달아날 수 없을 때는 마땅히 항복해야 하고[不能走當降],
항복할 수 없을 때는 마땅히 죽어야 한다[不能降當死耳]는 게 그 다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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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9 00:23]

마지막으로 제대로 읽었던 건,
아마도 고등학생 때였나?

 

다시 읽고 있다.





[2024/03/31 16:10]

[2024/08/16]
[2024/09/20]